지난 시간(하코네(箱根)여행 -1)에 이어서 하코네 여행기 2탄이다.

5. 아시호수(芦ノ湖)
전날의 숙소 해프닝 경험(?)으로 아침을 먹을 만한 시간을 대충 맞추어 펜션을 나섰다.
일찍 나와 봐야 식사를 파는 곳도 없을텐데 뭐.. 이런 계산으로.
어쨌든 드디어 고생했던 하코네마치에서 벗어나 유람선을 타고 도겐다이(桃源台)로 향한다.
유람선 코스는 도겐다이-하코네마치-모토하코네를 순환, 편도로 30여분이 걸리는데 갑판위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호수와 숲을 보거나 유람선내 구경으로 금새 시간이 지나간다.
아시호수는 40만년 전의 화산 활동으로 생성된 칼데라호로 하코네의 정중앙에 위치하고 있다. 둘레 17.5Km의 호주 주위는 울창하고 높은 산에 둘러 싸였는데 날이 화창하면 후지산이 보인다고 하지만 우리가 간 날은 하늘이 조금 흐려서 안 보였다.
하긴 왠만한 일본 관광지는 날이 쾌청하면 후지산이 보인다고 써 있더만.. 막상 보기는 힘들다는 사실. ^^

0123456789101112131415
우리가 탔던 유람선은 처음 운행을 개시한 빅토리아호로 푸른색이다.  17세기 영국풍의 전함을 해적선으로 재현한 유람선은 세 척인데 로얄호는 빨간색, 바사호는 녹색이다.  배 후미에 물레방아 같은 모습이 있는 외륜선도 하나가 있는데 19세기 미국풍의 프런티어호이다.
 
6. 하코네로프웨이(ロープウェイ)
유람선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도겐다이역으로 연결이 되고 이층으로 올라가면 오와쿠다니(大湧谷)까지 연결되는 로프웨이를 탈 수 있다. 한국식으로 케이블카를 떠 올리는데 일본에서는 케이블카가 따로 있다. 직접 쇠줄로 연결되어 전차를 당기는 방식인데 뒤에 사진으로 소개한다.
0123456
로프웨이는 오와쿠다니역에서 소운잔(早雲山)역까지도 연결이 되어 있는데 이 구간이 그야말로 장관이다. 지금도 화산활동이 계속되는 관계로 뜨거운 온천수와 수증기로 지반이 붕괴된 모습, 하얗게 피어나는 수증기의 모습들이 인상이 깊다. 이 구간을 지옥계곡이라고 한다.
참고로 로프웨이안에서 사진을 찍는다고 이리저리 움직이지 말자. 다른 관광객들이 불편해 하기도 하지만 일부 사람은 무서워한다. -.-;

7. 오와쿠다니(大湧谷) 자연연구로
일본에서는 로프웨이도 대중교통인 모양이다. 오와쿠다니역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엄연한 역인데 하코네에서 가장 높은 곳(해발 1,044m)에 있다.
전망대를 비롯해서 기념품가게, 식당등이 한 건물안에 있다. 하코네는 밥 먹을데가 별로 없으니 관광지에서 맛나 보이는 것은 아낌없이 먹는 것이 좋다. ^^;
그리고 날씨가 중요한데 안개가 끼거나 비오는 날은 그 대자연은 커녕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고 하니 가기 전에 일기예보를 챙겨야 한다.
다행히 우린 운이 좋았던 듯하다. 나중에 집에 와서 확인해보니 강한 햇빛에 노출된 피부가 빨갛게 그을렸을 정도니 말이다.
01234567891011121314151617181920

역에서 나와 자연연구로로 향하는 곳곳에 화산가스 냄새가 진동한다. 눈 앞에서 보이는 수증기의 열기 또한 살아있는 자연의 힘이 느껴지고 이런 자원을 활용해서 관광자원을 만들어 놓은 것이 부러웠다. 이곳에서 용출되는 온천수가 하코네 각지의 온천에 공급된다고 한다.
오와쿠다니에서 빼놓지 않고 챙겨야 할 것, 바로 구로타마코(黒たまご)다.
산책로 꼭대기쯤에 온천수로 달걀을 직접 삶아 파는 가게가 있는데 흰달걀을 넣으면 까맣게 물든다고 한다. 1개 먹을 때마다 7년의 수명이 늘어난다고 하니 난.. 21년 더 산다. ^^

8. 하코네등산케이블카(登山ケーブルカー)
수명연장의 꿈(?)을 뒤로하고 로프웨이 종점인 소운잔역까지 내려왔다.
소운잔역에서 고라(强羅)역까지는 등산케이블로 연결이 되는데 표고차가 214m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케이블카라고 하면 외줄에 떠 다니는 걸 말하는데 일본에서는 좀 특이하게 강선의 케이블이 잡아끌고 풀어주면서 철로를 운행한다.
기울어서 운행하다보니 내부좌석 또한 극장같이 계단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진을 찍으려 했는데 사람이 많아 눈치가 보여서 못 찍은것이 좀 아깝다.
01
소요시간은 고라역까지 9분여 정도에 5정거장이지만 고엔시모에 내려 고라공원을 향했다. 희한하게도 양쪽문이 다 열려서 원래 내리는 왼쪽이 아니라 오른쪽으로 내려 더운 여름 여친의 눈총을 받아야 했다는.. 원래 눈치가 빠른데 왜 그랬지? -.-

9. 고라공원(强羅公園)
하코네프리패스로도 무료입장이 가능하다. 하긴, 그래서 갔겠지만 말이다.
프랑스식 정원이라고 하는데 뭐가 그런지 잘 모르겠고 한국에서도 흔한 조그만 쉼터같다.
9개의 식물원과 온실, 그리고 이벤트성 전시가 있는데 정말 아기자기 하다.
중요한 정보 하나.. 파일애플이 나무에서 안 열리고 땅에서 난다는 사실 처음 알았다. ㅠ.ㅠ
제 계절이 지나서 시들은 꽃들만 보였지만 숲속의 전통가옥으로 이루어진 다실(茶室) 하쿠운도(白雲洞)는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
처음에 사람없는 문화재인줄 알았다가 사람이 나와서 말을 꺼낼때 좀 놀랬었다.
012345678
공원에 조금 실망한 기분을 회복시켜준 곳이 유리공예체험실 CRAFTHOUSE이다.
도자기도 체험 가능한데 나중에 아이들 낳으면 얘들 핑계로 참여해 보고 싶었던 곳. 더운 여름날 가마의 열기가 더해져도 왠지 사람들이 아름답게 보이던 곳이다.

10. 하코네등산전차(登山電車)
고라공원에서 케이블카를 다시 이용하지 않고 경사가 제법 있는 골목길을 조금 내려오면 고라역이 보인다.
고라역에서 오다와라까지 운행하는 등산전차를 타고 바로 집에 갈 수도 있지만 명색이 하코네 아니던가? 온천은 하고 가야지. 그래서 하코네유모토까지 가기로 하고 전차에 올랐다.
1900년 전철화 되었다니까 벌써 108년이나 지난 하코네 명물중의 하나이다.
하코네유모토역과 고라역 구간에 많은 터널과 교량으로 9Km가 이어지는데 그 사이 표고차가 445m나 높아진다. 워낙 가파르기 때문에 일직선으로 운행이 안되고 갈지자 모양으로 산을 올라간다. 이런 방식이 스위치백인데 한국에서도 영동선 흥전역-나한정역에 유일하게 설치되어 있다. (터널공사가 끝나면 이것도 없어진다고 한다.)
01234
젊은 기관사의 운행방식이 참으로 흥미로왔다. 스위치백구간에서 전후방향을 바꿀 때마다 기계적 상태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일일이 확인하고 혼잣말로 되뇌이던 모습이 프로화된 직업정신이라고 할까.. 여튼 그랬다.

11. 하코네유모토(箱根湯本)
여행의 출발지였던 하코네유모토로 돌아왔다.
오후 5시정도에 도착했는데 저녁식사를 빨리 하고 온천에 갈 생각이었다.
근데 웬걸.. 이리도 밥 먹을곳이 없을 줄이야.
역시 준비부족이다. 사전에 온천을 제대로 알아봤으면 식사도 가능한 곳이 있었을텐데.. 1시간여를 헤메이다 계란탕 비슷한걸 먹고 부리나케 온천에 갔다.
우리가 선택한 곳은 히메샤라노유(ひめしゃらの湯). 워낙 늦은 시간에 갔던지라 1,050엔짜리를  600엔만 받아서 기분이 좋았는데 들어가보니 시설은 뭐.. 사는게 똑같지. ^^

노천탕에서 피로좀 풀다보니 어느새 7시가 훌쩍 넘었다. 역까지 운행되는 무료 셔틀버스도 끝난 시간. 어두컴컴한 산길옆을 무서움에 떨며 겨우 역에 왔고 어찌어찌 집에 왔다.

일본의 관광지는 깨끗하고 잡상인이 없는건 좋은데 먹을만한데가 너무 없다.
만약 일본을 관광한다면 숙박은 필히 예약하고 먹거리도 잘 계산을 해야한다.
다음엔 닛코를 갈까? 요코하마를 갈까?

 


Posted by 길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