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2. 3. 03:04
언제 읽을지는 모르지만.. 격해진 감정으로 인한 넋두리라고 생각해 줘.
무슨 일이 있었냐면 여자친구 얘기야.
이런 얘기 싫어할까? 그래도 넋두리이니까.. 해 볼께.

지금 자정을 훨씬 넘긴 2시 00분.
아직 여자친구는 친구의 집들이 모임에 있더라구.
전화선을 타고 들려오는 남자들의 떠들썩한 웃음에 너무 짜증났어.

한국에서 같이 공부했던 동료들이 어려움끝에 일본에 취업해서 자리를 잡고,
집들이라는 행사로 인해 간만에 모두 모여서 회포 푸는걸 뭐라는게 아냐.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니까.. 사람들 만나는 것 좋아. 충분히 이해해.
또 자기들끼리 얼마나 할 얘기가 많겠어.

문제는 그 과정에 있는건데.. 물론 내 이기적인 생각일수도 있어.
토요일 오후 2시에 처음 전화했는데 집하고 휴대폰 둘 다 받지 않더라구.
그래서 '오늘 미장원도 가고 집들이도 있다는데 전화를 받을 수 없나보다' 생각하고
시간이 충분히 지난 후인 5시경 다시 전화를 했는데 역시 받지 않더라구.

이 여자 성격이 원래 사람들하고 있을 때 내 전화를 잘 안 받아.
그리고 무지 소심하게 얘기를 해. 마치 남자친구의 존재가 없는것처럼.

처음 사귀기 시작할 때 부터 이점에 대해 무지 불만이 많았던 나였거든.
물론 당시 나에 대한 확실한 믿음이 없었던 것도 이유중의 하나일테고 사람들에게 자랑스러운 남자친구가 아니었으니까 심경이 불편해도 이해했어.

그래도 10여년이 지난 이제는 좀 자연스러워져서 고마웠지(?)
그녀가 내 존재를 많이 알리고 여자친구 주변사람 거의 다 알거든.
나도 좋은 사람 되려고 많이 노력했고.

그런데 오늘 겪은 불편하고 심기 뒤틀린 이유가 예전의 그 행동이 나왔기 때문이야.
5시에서 10시까지 1시간 단위로 줄기차게 스카이프로 통화를 시도했는데 한 통화도 안 받았어.
워낙 안 받으니까 처음에 걱정이 되었지.
'혹시 무슨일이 생긴건 아닐까?'

전화를 안 받을수록 걱정은 더 커졌고 집하고 핸드폰으로 교대로 연락을 시도했어.
그런데 밤10시 40분쯤에 드디어 핸드폰으로 통화가 이루어졌어.
'어디야? 대체 이렇게 전화를 안 받았어?'
'오늘 집들이 간다고 했잖아'

그 말 한마디에 헛걱정을 했던 배신감이 밀려들었지.
기껏 집들이모임.. 사람들 있다고 내 전화를 안 받은거였어?
그 생각이 드는 순간 전화좀 받으라고 큰소리치고 전화를 끊어버렸어.
너무 화가 나면서 별 생각이 다 들더라구.
한국에서 학교 다닐때 나이 어린 남자애가 여친 좋다구 한동안 연락하던게 기억났어. 간만에 좋아하던 남자를 보더니 애틋한 감정이 솟아나나? 뭐 그런 생각들까지.

그런데.. 이후 행적이 더 화가 나.
내가 그렇게 화가 날 정도로 걱정을 했다는걸 알면 즉시 연락해서 사정을 얘기하던지 아니면 놀다가 늦게 들어갈거라고 양해를 구해야 하는것 아닌가?

아무 응답이 없어서.. 한 시간이 지난 뒤.. 그러니까 11시 40분쯤에 다시 전화를 했지.
계속 안 받더라구. 그러다가 12시 10분쯤에 다시 통화가 됐어.
'집에 안들어가?'
'내집에서 5분거리야.. 바로 갈거야'
'알았어.. 들어가면 전화해'

그럼에도 또 1시간이 넘도록 전화가 오지 않았어.
다시 1시 30분부터 통화 시도. 이번에는 5분쯤 지나서 바로 받더군.
'들어간다고 하지 않았어?'
'좀 얘기가 길어지네'
'낮부터 만났을텐데 그렇게 할 얘기들이 많아?'
'그러네.. 이해해줘'
'그런 얘기라면 일찍 했어야지.. 지금 새벽인데 남자들이랑 같이 있는거 싫다. 집에 가'
'5분거리야.. 그리고 여자애도 있는데 같이 갈거야'
'내가 싫다고 하면.. 지금 가면 안돼?'
'알았어'
'도착하는데로 전화 줘. 기다릴께'

지금 시각.. 다시 1시간이 지난 새벽 2시 30분.
전화가 없다.
화가 난다.
예의를 먼저 지켜주었으면.. 나도 이렇게까지 집요하게 연락을 하지 않았을거라는거 나만의 생각일까?

하지만 분명 그녀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건 무슨 이유일까.
또 전화를 해야 하나? 올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갑자기 서로 이렇게 틀어지는 감정은 무엇일까?

Posted by 길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