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낚시의 달인처럼 행세하던 놈이
막상 강에 나가니까
배스와 쏘가리도 구분하지 못한다
그 사실을 확인하고도
어떤 멍청이들은
그 놈이 월척을 낚아 올릴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저버리지 못한 채
매운탕을 끓일 준비를 한다
아놔, 매운탕은 뭐
자갈에 고추장 풀어서 끓이는 거냐
냄비에 물 끓는 소리가 공허하면서도 시끄럽다

2.
경제를 살릴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도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남편이나 아내가
돈만 잘 벌어 오면
도둑질을 하건
오입질을 하건
상관치 않으시겠다는 말씀인가요
참으로 존경스러운 분들이십니다
조용히 있고 싶지만
나라의 장래가 걱정스러워서
자꾸 자판을 두드리게 됩니다

3.
인류의 역사 속에는
백성이 자기를 손가락질한다고
백성의 손가락을 잘라 버리는 왕들이 있었다
지구를 통틀어
지금은 그런 왕이 한 명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자신있게 단정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만약 백성이 자기를 손가락질한다고
백성의 손가락을 잘라 버리는 왕이 있다면
백성들은
백성들 모두의 팔다리가 모조리 잘라져
절구통 같은 모습으로 살아가는 한이 있더라도
왕에 대한 항거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

4. 내 얘기
올 봄에 예고없이 내 가슴을 뜨겁게 달궜던 이외수님의 '하악하악' 중에서 일부이다.
과연 이 나라, 뭐가 올바른지 모르는거냐?
언제부터 그렇게 먹고살기 바빴다고 저들 양심에 무뎌지고 편협한 욕심에 다른 사람,
다음 세대, 이 나라를 그렇게 내팽기치나?
친구와 소주 한 병 비우고 집에 와서 아고라에서 글을 읽다가
 또 한 번 이외수님의 글귀를 보니까
마음이 무너지고 아프다.
 
Posted by 길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