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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0.27 격한 기분 달래기
2008. 10. 27. 21:54
#1
혼자 사는 사람은 수술도 못하는거야?

진단의뢰서를 받고 처음으로 대학병원에 가 보았다.
집에서 걸어 15분거리인 안암고대병원.
예약진료를 마치고 진료의사의 소견으로 수술이 결정되어 채혈과 X-Ray, 심전도 검사까지 후다닥 마치고 입원예약을 하러갔다.
사실 이 때만 해도 두려움보다 설레는 기분이랄까?
태어나서 처음으로 입원을 하는 거니까. 모든 과정이 신기하기만 하다.

그래서 몰랐다.
다음날 입원실이 확정되어 입원시 입원수속에 보호자의 동행과 서명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 말을 듣는 순간 난감에 빠진 내 행동과 벌개진 얼굴색.

'그럼 혼자 사는 사람은 입원이나 수술은 아예 못하는 건가요?'
'모든 병원이 그렇습니다. 내규니까 따르셔야 됩니다.'

'요즘 같은 사회에 혼자 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그런 말로 접수담당자에게 항변을 해 보지만 이런 상황에 많이 노출되었을 베테랑 직원은 원칙에 입각한 대답만 되풀이.
몇차례 실랑이 끝에 나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왔다.
'아... 진짜 뭐 같네..'
'아, 병원비가 걱정이 되면 현금 맡겨두고 들어가고 수술이 잘못되도 병원측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각서쓰고 들어간다니까요??'

괜히 어거지를 부려봤다.
결국 원무과 사무실로 안내하더니 다른 직원에게 인계를 하고 자기 자리로 돌아간다.
나도 안다.
그런 거 나한테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라는 것을.
뭐가 그리 나를 격하게 했을까?

아마도 혼자서 조용히 치료 끝내려고 한걸 막아서 그럴거다.
성격 또한 누구를(가족에게마저) 계약서나 금전거래에 끌어들이지 못하니까.
남의 서명이 필요한 것에 감히 부를 사람도 없어서 이겠지만.
혼자 살기 힘들구나.
대한민국은.

그랬었다. 마치 잘 꾸며놓은 최신식의 쇼핑시스템 같았던 병원에서..

#2
좋은 기분으로 마무리하자.

괜한 투정짓이 마음속을 급격하게 휩쓸고,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그에 상응하는 썰물처럼 마음이 잦아들었다.
평온.
그리고 마침 휴대폰에 낯선 전화번호가 찍힌 낭랑한 목소리가 들린다.

'환전 글 보고 올렸는데요, 거래 가능하세요?'
일주일 전 활동하는 카페에다 엔화를 서울에서 환전한다고 올렸었다.
며칠간 연락이 없어 1400원을 넘어선 순간 외환은행에서 내 돈을 환전하고 나머지 여친 어머님께 드릴 돈은 그냥 가방에 들고 다녔었다.
'그 금액 다는 아니고요, 10만엔만 남아있어요.'
'아.. 저도 그 정도만 필요해요.'
마침 병원에 가기 전 1500원을 넘은 것을 확인한 터라 기쁜 마음에 거래를 확정하고 신촌으로 갔다.
뭔지 모를 뿌듯함.
일주일전 기준으로 10만엔당 30만원을 더 이득 취한거니까.
나름대로 환전시기 잘 맞추었다고 생각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일말의 아쉬움이 있었다.
오후에 환율변동폭 심하게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말이다.
오늘 금리 내려서 결과적으로 외화가 올라갈 것 같은 분위기도 감지되었고.
하지만 더 이상 환율 확인 안하고 오전 기준으로 1500원으로 바꾸자고 결심을 했고 현대백화점 앞에서 거래인을 만났다.

'매매기준율 얼마까지 확인하고 오셨어요?'
'1540원대까지 보고 왔어요.'
'그냥 1500원으로 해 드릴께요'
'정말요? 고맙습니다'

그 사람 많은데서 돈이 오가니까 괜히 암달러상 같은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그래도 꿋꿋이 기분좋게 거래 마치고 내 통장으로 입금후에 여친 어머님께 송금완료.

밝아진 기분으로 용두동 홈플러스가서 저녁메뉴로 고추장불고기 사고 이것저것 쇼핑후에 집에왔다.
그런데.. 이런 환율봐라. 매매기준율이 100엔당 1569.89엔이다.
사는 입장에선 97,360원 이득인거다. 기준율로 계산하면 내가 깍아준건 69,890원.(손해)

컥... 역시 정보가 돈이다.
여친아.. 미안하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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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길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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